어린시절 어둠이 무서웠습니다. 해가 저물어 가는 저녁 무렵 서울로 향하는 기차가 마을 앞을 지나쳤습니다. 그 기차가 지나는것을 보면 엄마는 어김없이 ‘날이 어두워지니 그만 들어와라’ 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조금후 해가 산을 넘어가고 시골 마을에 깜깜한 어둠이 찾아 왔습니다. 동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 갔고 낮동안 숨어있던 박쥐가 동네를 날아 다니기 시작 했습니다. 지금처럼 가로수가 환히 켜지던 시대가 아니었기에 동네 뒷 골목은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장소로 변했습니다. 그렇게 어둠이 찾아오면 절대로 밖에 나가서는 안된다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밤에 나갔다가 불행한 일을 당했다는 소식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 오곤 했습니다 (물론 사실로 확인이 되지 않았던 그런 유언비어 였습니다). 어두움은 확실히 두려움을 가져오는 신호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초창기부터 어둠이란 단어를 죄, 무지, 영적무분별, 죽음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사용해 왔습니다. 종종 우리는 어두움을 물리쳐 주시고 새로운 빛을 비춰 달라고 기도합니다. 심지어 성경은
“하나님은 빛이시라 그에게는 어둠이 조금도 없으시다 (요일 1장 5절)” 고 말씀 하십니다. 이런 성경의 가르침때문에 어둠가운데 있고 싶어 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무덤에 있을때 제자들의 삶과 생각은 어두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 어두움은 예수님이 계시지 않는 부재에서 오는 영적 어두움 이었습니다. 자신들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위험과 소동에 대한 어두움 이었습니다. 자신들의 내면에 있었던 죄악들이 들어나는 어두움 이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생업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웬지모를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그런 밤과 같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생각은 그렇지 않지만 살다보면 아무리 기를쓰고 애를써도 어둠속에 갇혀있는 듯한 그런 밤이었습니다. 이런 영혼의 부침과 부때낌을 떨쳐 버릴수 없었던 그 어둠의 밤을 우리들도 경험했습니다. 돈으로 실력으로, 인간의 의와 행위로, 이런 모든 어둠을 숨겨보고 이겨보려 했지만 어둠을 물러가게할 일말의 방도조차 없던 밤이었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부활의 주님으로 찾아와 주셨습니다. 그 빛이 얼마나 강력한 빛이었던지 바울은 한동안 눈을 뜰수 없었고, 스데반은 돌을 맞으면서도 그 빛을 외면할수 없었습니다. 어둠이 두려운것은 이 어둠이 계속될것같은 불길함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은 어둠을 빛으로 바꾸시고 다시 살아 나셨습니다. 가장 어두운 곳에 가장 밝은 주님이 찾아 오신 사건이 부활절 입니다. 이 부활의 아침에 하나님의 빛으로 거룩한 여러분들이 되시길 주님이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